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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에 대한 내 생각

난임이 고통스러운 이유에 대한 개인적인 고찰(?)

난임의 ㄴ도 모르던...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티비에서 보는 것처럼

 

엇 왜 생리를 안 하지? 임테기 해볼까? 두줄 뙇! 어머 임신인가봐!! 밥먹다 우웩우웩! 혹시??? 

 

나도 이렇게 임신을 하게 될 줄 알았던 시절 ㅋㅋㅋㅋㅋㅋ

그냥 주변에서 주워듣기로 시험관이 정말 여자를 피말리게 한다더라~는 것이었다. 

 

나는 그 때만 해도 호르몬 약들을 쓰니까 몸이 힘들어서 피말린다는걸까 아니면

임신을 기다리는 간절한 마음 때문에 피말린다는걸까 궁금했었다. 

 

근데 이제는 알겠다. 

 

둘 다라는 것을....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솔직히 나는 난소기능저하라서 약을 많이 쓰지 않기 때문에 몸이 힘들어서 피말리는 느낌은 잘 모르겠다. 

 

근데 진짜 마음이 고통스럽다 ㅠㅠ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천벌을 받아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 ㅠㅠ

 

 

암튼!! 난임과 시험관이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불확실성' 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학창시절에 그냥 남들하는 만큼 성실히 공부했고 

수능과 대입, 취업 시험도 그냥 한 큐에 성공했던지라 살면서 '실패'라는 걸 겪어본 적이 없었다.

 

그냥 선생님들이 말하는대로 혹은 익히 알려진 방법대로 그냥 공부를 했고

그러면 내 노력과 어느 정도 비례하여 성과가 있었기에

노력하면 노력한만큼 그대로 얻어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살아왔다.

그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을 만큼 그냥 그런 세계에서 그런 삶을 살아왔다.

 

그런데 난임은 아니더라...

 

 

1. 대학 입시나 취업과는 달리 임신은 어떤 방법으로 노력을 해야 임신으로 가는 길인지 명확히 정해진 바가 없다. 

난임 의사들도 저마다 누구는 운동 꼭 열심히 해라, 누구는 운동 절대 하지 말아라, 누구는 영양제 열심히 먹어라, 누구는 영양제 다 소용없다 엽산이랑 비타민D만 먹어라, 누구는 식단 열심히 관리해라, 누구는 스트레스 받느니 먹고싶은 거 아무거나 먹어라 등등....

 

어느 장단에 춤춰야 할지를 모르겠고, 인터넷에서도 각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카더라가 무성하다.

 

나는 뜸을 뜨고 성공했다, 좌훈하고 성공했다, 한약 먹지 말랬는데 몰래 먹고 성공했다, 나는 운동 빡세게 했더니 난자가 잘 자랐다, 나는 운동을 오히려 쉬었더니 몸이 편안해서 난자가 잘 자랐다, 나는 걷기를 하니까 난자가 잘 자라더라, 나는 운동이든 식단이든 뭘 해도 난자질은 변함이 없더라 등등.... 일일히 나열하기도 힘들 만큼 다양한 케바케 사례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한 차수 한 차수 시험관을 할 때마다 이것저것 하나씩 해보며 나름대로 실험(?)을 해보게 된다. 

이번 차수에는 이식하고 눕눕 해보기, 다음 차수에는 이식하고 일상생활해보기, 이번에는 쑥즙 먹어보기, 다음에는 흑염소 먹어보기, 이번에는 식단 조절해보기, 다음에는 마음껏 먹기, 이번에는 일찍 자기, 다음 번엔 자고싶을 때 자기, 이번에는 운동 해보기 다음에는 운동 쉬기, 이식 후 작약차 먹어보기, 아보카도 캡슐 먹어보기, 족욕하기 등등...

 

그러다 어쩌다 성공하면 내가 그 차수에 했던 노력들이 마치 진리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저런 노력들을 해봐도 임신이 되지 않을 경우 점차 지쳐가기만 한다 ㅠㅠ 임신에 이르는 정도(正道)가 없다는 게 참 답답한 일이다.

 

 

 

2. 노력과 결과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카더라든 어쨌든 이러저러한 노력들을 아무리 해봐도 임신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카페에 보면 와~ 진짜 어마어마한 노력을 하는 구나 싶는 사람들이 있다. 침, 뜸, 좌훈, 필라테스, 또 무슨 흰장닭뿌리인가 노루궁뎅이인가 암튼 뭔가를 달여마시고, 마사지 받고, 직접 수지침도 놓고, 바디버든 완벽하게 하고 운동 진짜 빡세게 하고, 식단도 철저하게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신이 안 되거나 수십차례의 시도 끝에 임신이 되거나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냥 마음 다 놓고 빵이랑 라면 등등 먹고 싶은 거 다 먹고 운동도 안 하고 남편이랑 가끔 술도 마시고 그랬는데 이번 차수에 임신됐어요! 하는 사람들도 있다..... (보통 저차수에 성공한 사람들.. 고차수가 되면 노력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마련이기 때문에~)

 

나도 매번 차수를 진행할 때마다 이 때는 이렇게 해보고 저 때는 저렇게 해보고 했지만 그 노력들과 결과가 꼭 비례하지만은 않았고, 그냥 복불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3. 가장 싫은 불확실성.

이번 차수에 내가 이러이러이러이러이러이러한 노력들을 한다고 해서 난자 갯수가 늘고 좋은 난자가 나오리란 법이 없다. 순전히 복불복인 것... 

 

미래가 불확실하기에 너무너무 불안하다.

하지만 그 미래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걱정할 필요도 불안해할 필요도 없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그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더 불안해진다. 

 

 

4. 객관적인 수치와 임신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 

나는 amh0.41일 때 만 31세에 항상 좋은 배아와 내막으로도 성공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2018년 3월에 첫 시험관을 시작한 이후 2019년 6월 6번째 이식에서 힘들게 임신에 성공했다. 

 

그런데 인터넷에 보면 나보다 나이도 많고 amh 0.01인 사람들도 시험관 1차, 2차에 난자 1개 채취된 걸로 바로 임신이 되어 출산까지 가기도 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좀 억울했다. 

내가 살아온 세계(?)는 열심히 노력하면 - 점수가 잘 나오고 (객관적 수치) - 합격 (임신 성공) 으로 이어지는 당연한 수순이었는데 

 

난임의 세계는 원인불명 난임인 사람도 고차수가 되기도 하고, 조기폐경에 생리도 안 하던 사람이 어쩌다 나온 난자 1개로 임신, 출산을 하기도 하는 불공정한 세계.....

 

객관적으로 힘든 수치인 사람도 임신에 성공할 수 있는 사례가 있기에 그 희망을 보고 계속 시술을 하는 것이긴 하지만

좋은 배아와 내막으로도 여러 차례 실패했던 사람으로서 참 허탈하기도 하다.

 

어렵게 정말 어렵게 가진 아이를 중기유산으로 보내고 문득 인터넷에 0.01저자극 이라고 검색해서 보게 된 어떤 분의 사례.... amh 0.01이라고 난임 진단을 받고 저자극으로 시도한 첫 시험관에서 난자 1개가 자랐고 그 1개를 이식해서 임신한...

 

그 분은 아마 모르겠지 싶었다. 본인이 정말 얼마나 천복을 타고난 것인지ㅠㅠ 아마 가늠도 못할 거다. 본인과 비슷한 수치의 사람들이 엄청난 고통 속에서 수십차례의 시험관을 하고 있는데 그런 과정없이 1차에 성공한 것이 진짜 레알 로또같은 것임을!! 

 

부럽다 ㅠㅠ 그런 기적들이 인터넷에서는 심심치 않게 많던데 왜 나에게는 그런 기적이 아직까지 오지 않은 것인지 원망스럽다. 

 

 

미래가 불확실하기에 불안하고 이 상황을 통제할 수도 없으며, 어떻게 노력해야 임신된다고 확립된 정설도 없고, 이런저런 노력들을 해본다고 해도 꼭 결과가 좋은 것도 아니며, 객관적 수치와도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

 

 

이래서 난임이 가혹한 것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내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