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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험관 스토리

시험관 실패 후 스트레스와 우울감. 행복감을 느껴야 난자질에 좋대요~

2019년 3월, 

대구마리아에서 처음으로 시도했던 시험관이 실패로 끝났고,

좋은 배아와 내막으로도 6번의 이식 동안

단 한 번도 착상이 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좌절감이 너무 컸다.

 

도대체 착상이란 게 되는 몸이긴 하는건가...

어떻게 수치 한 번 못 보나... 

몸 속으로 배아가 들어가기만 하면 다 죽어버리는 건 아닌지

오만가지 생각도 들고 앞이 캄캄했다.

전국적으로 명의라는 이성구 원장님한테 시험관을 했는데도 안 된거라...ㅠ

 

 

 

[우울감]

 

그냥 한 동안 우울했다.

 

 대입, 취업 등 단 한 번도 막힘없이 술술 살아왔던 인생이었는데..

 

입사 동기인 친구들은 지금도 일하면서 돈도 벌고 월급도 계속 오를텐데

나는 휴직해놓고서 임신도 되지 않고

월급도 못 받고 시험관으로 돈은 계속 쓰기만 하고 있고..

친구들은 계속 앞서 나가는데 

나는 정체된 상태도 아니고 점점 뒤쳐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사실 이런 느낌은 지금도 있다 ㅋㅋㅋㅋㅋ)

 

 

거의 하루 종일 난임 카페만 들락날락거리면서 검색에 검색을 했고

친구집에 놀러가서도 친구와 이야기도 못하고

계속 핸드폰만 하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때 친구가 자기 아이 재우면서 나도 따뜻한 전기장판에서 한숨 자라고 해줘서 잤는데

정말 푹 개운하게 자고 일어났다. 고마워 친구야 ㅠㅠ

그 때 뭔가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성구 원장님께 온라인 질문]

 

답답한 마음에 이성구 원장님께 온라인으로 질문을 남겼다.

내 상태와 그간의 이력.

그리고 왜 도대체 착상이 안 되는지...ㅠ

 

이성구 원장님은,

배아가 겉으로는 좋아보여도

실제로는 착상까지 가기엔 난자질이 좋지 않아 착상이 되지 않는것이다,

좋은 난자라면 착상이 됐을 것이다, 

행복감을 느끼면 난자질이 좋아질 수 있으니 참고하라,

그리고 생리 이틀째 나오면 다시 저자극으로 하겠다

라고 답변해주셨다.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1) 이 상황에 어떻게 행복감을 느끼라는거지?

임신이 안 되서 우울한건데 행복감을 느껴야 임신이 잘 된다는 이 아이러니...

 

2) 생리 이틀째 나오세요. 다시 저자극으로 하겠습니다.

와! 이 단호한 말투! 원장님만 믿고 따라갈게요!! 라는 생각 ㅋㅋㅋㅋㅋㅋ

 

하여간 행복감을 느껴보라는 말도 안 되는 숙제를 받은 느낌이었다.

 

 

[흑염소즙]

 

나는 자궁내막종 이력이 있었고,

정확하지는 않지만 소음인 체질인 것 같은데

보통 난임병원에서는 흑염소나 한약같은 거 절대 먹지 말라고 하니...

선뜻 먹어도 될지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한의원에 가서 내 체질이 흑염소를 먹어도 되는지 물어보러만 가보기로 했다.

 

동네 한의원1 방문.

시험관 예정이고, 한약은 안 먹을거고, 내 체질에 흑염소가 맞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나름 그래도 베드에 누워서 진맥도 보고 배도 눌러보고 그랬던 듯?

한의사 말이 흑염소는 보통 임신 준비 중보다는 산후 조리 때 많이 먹는거고

예전에는 먹을 게 없으니까 영양 보충하려고 먹었다지만

지금은 워낙 먹을 게 풍요로워서 굳이 먹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손발이 차니 먹어서 문제될 건 없다고 했다. 

네에~ 하고 나왔다.

 

동네한의원2 방문.

시험관 예정이고, 한약은 안 먹을거고, 내 체질에 흑염소가 맞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한의사 - 손발이 차요?

나- 네. 손은 별로 안 차고 발은 차요.

한의사 - 먹어도 돼요.

나- 아.. 네...

 

끝. 

 

진료비 12,800원을 냈다.

1분도 걸리지 않은 진료에 12,800원이 너무 어이가 없어서

집에 온 뒤 건강보험관리공단에 전화해서 물어봤다ㅋㅋㅋㅋㅋㅋㅋㅋ

 

한의원에서 받을 수 있는 가장 많은 진료비 컷트라인이더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니 그걸 그렇게까지 받아먹냐 어우씨ㅡㅡ

 

 

생식원 방문.

나는 고등학교 때 아토피질환으로(나중에 알레르기클리닉에서 아토피 아니라고 결론내줌)

생식을 꾸준히 먹었었다.

그 때 생식원 원장이 되게 잘 본다는 느낌(?)이 있었어서~

십몇년 만에 엄빠 몰래 나 혼자 찾아가봤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엄빠에게 시험관 중이라는 사실을 비밀로 했었기에..)

 

생식원 원장님이 날 기억하고 있었고,

이야기도 나누고 진맥(?)같은 것도 보았는데

너무 따뜻하고 좋은 분이었어서 눈물이 울컥 났다.

생식원 원장님은 내게 흑염소 자체가 잘 맞는 몸이긴 하나

생식기 쪽으로는 흑염소가 좋진 않다고 권하지 않았다.

 

 

 

[개썅마이웨이]

 

그러다 난임 카페에서 우연히 어떤 댓글을 보게 되었는데

 

어차피 무슨 방법이든지 사람에 따라 다 다르니 망설이지 말고

이러나저러나 남들 말 신경쓰지 말고

개썅마이웨이로 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라는

 

대충 이런 내용.

 

왠지 모르게 그 댓글을 보고 결심이 섰다ㅋㅋㅋㅋ

 

그래! 이번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

 

 

 

[흑염소와 dhea 장기복용 해보기]

 

흑염소를 먹기로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다만 남편 친구의 친척이 흑염소 농장도 하고 즙도 낸다고 해서 거기에 부탁했다.

한약재를 다 빼달라고 부탁했더니

흑염소즙에 넣는 모든 한약재 종류를 보내주면서

아무것도 안 넣으면 어린 암놈으로 해도 냄새가 좀 날 수 있다고

생강과 대추만 넣는 건 어떠냐고 하길래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늘 한달만 쉬고 진행했던 시험관을  

두달 쉬면서 그 기간 동안 dhea를 장기 복용 해보기로 했다.

 

dhea는 여태껏 있는 줄도 몰랐다가 장복하면 부작용 있다고 해서 무서워서

1월에서야 임의로 그냥 내가 한 2주 정도 먹었었고

대구마리아 초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먹었던지라 먹은지 얼마 안 되서 ㅠㅠ

4월, 5월 이렇게 두 달 동안 충분히 dhea를 먹어보기로 했다.

 

 

아, 그리고 이 무렵 난임카페 불다방에 가입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나보다 더 힘들었던 분들도 여러 차례의 시술 끝에 결국엔 성공하는 사례들을 많이 보고

많은 희망을 얻었던 것이 큰 힘이 되었다! 

 

다른 카페에서는 대부분 적어도 서너번 시도에 성공하는 사례가 많아

성공 후기 찾아봐도 괜히 기운 빠지고 그랬는데ㅠ 

불다방은 정말 진심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고

열번이고 스무번이고 포기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해주었다. 

 

 

 

[행복감]

 

10년 가까이 직장생활을 하면서 단 한 번도 봄 가을에 여행다운 여행을 가지 못했다.

휴직한 뒤 처음 맞는 봄이었기에

길가에 파릇파릇 새로 나는 연둣빛 싹들도 너무 예뻤고

벚꽃, 유채꽃, 철쭉 등 화창한 평일 낮에 꽃구경을 할 수 있다는 것도 너무 좋았다 ㅋㅋㅋㅋ

 

그래서 엄마랑 언니랑 함께 꽃놀이도 많이 다니고 카페도 많이 가고

나들이를 다녔다.

 

그리고 4월 중순, 날씨 정말 좋을 때 엄마와 단 둘이서 제주도 여행을 갔는데

이게 정말 힐링이 많이 되었다.

 

엄마랑 단 둘이 여행간 적도 없었을 뿐더러

엄마가 제주도 간지 너무 오래됐어서ㅠ

엄마가 좋아할 만한 일정들을 짜서 다녔지만

정말 너무나도 좋아하는 엄마를 보니 

그런 엄마를 보는 내가 힐링이 되었다. 

(지금 글을 쓰면서도 울컥...)

 

그렇게 4~5월 이렇게 두 달을 쉬는 동안 

마음이 너무 행복했다.

 

아침에 남편 출근하고 나서 다시 침대에 누우면 행복감을 느꼈고

낮에 엄마랑 언니랑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행복했고

푸르른 자연을 보면서 행복했고

잠들기 전 행복한 마음으로 잠들었다. 

 

그리고 5월 말 시작한 생리에

나는 다시 시험관을 하러 대구마리아로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