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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험관 스토리

난소기능저하 시험관 1차 단기요법 난저 amh0.41 프레메디산부인과 2018년 3월(feat.미주신경실신)

amh0.41

나팔관 꼬임 및 유착

기형정자(정상정자3%)

 

난임 검사 결과를 받아들고 바로 다음 달 시험관을 시작했다. 

 

프레메디산부인과에서 삼신할매라는 조윤경 원장님께 시술을 하기로 했다. 

 

원장님은 난소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사람들도 처음 과배란 약을 넣어주면 

갑자기 들어온 약에 반응을 잘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원래 맨 처음에는 기본으로 과배란 해본다 라며

퓨레곤, IVM-HP 주사를 처방해주셨다.

(용량은 450 225 이 정도 맞았나? 단기요법은 이 때 뿐이었던데다 자가주사를 하지 않아 용량이 기억이 안 난다.) 

 

여튼!

여기서부터 문제가 생겼다. 

남편과 함께 주사실에서 배주사 놓는 방법을 처음 배우는데

내가 놓는 것도, 남편이 놓는 것도 아니고

처음이라 간호사가 주사를 놔주는 거였는데...

 

설명을 유심히 듣고 배에 주사를 놓는 걸 보고 있는데

갑자기 눈앞이 핑 돌고 머리가 어지럽고 앞이 잘 안 보이면서 식은땀이 뻘뻘 났다. 

간호사가 놀라서 나를 바로 옆 베드에 눕혔고

한 5분 누워서 쉬니 금방 괜찮아졌다. 

 

잠시 뒤 다시 자리에 앉아 다음 배주사 설명과 함께 또 주사를 맞았다.

그러자 또!

머리가 어지럽고 눈이 핑핑 돌고 식은땀 뻘뻘....

또 베드로 가서 눕히려는데 너무 어지럽고 앞이 안 보여 내가 잘 걷지를 못하니

남편과 간호사가 나를 부축하고 질질 끌고 와서 베드에 눕혔다. 

이번에는 조금 더 오랫동안 누워서 쉬니 나아졌다. 

 

놀란 간호사가 원장한테 이야기를 했고

원장님이 오셔서 주사 때문인지 그냥 긴장해서 그런건지 알 수 없는데

혹시 집에서 남편이랑 자가주사하다가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대처하기 어렵기 때문에

날마다 병원에 와서 주사 맞기를 권하셨다. 

그리하여 나는 날마다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다.

 

냉장보관인 주사들을 아침마다 주사가방(일명 도시락가방 ㅋㅋ)에 챙겨 출근했고

회사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퇴근할 때 다시 챙겨서 병원에 들러 주사를 맞고 집에 왔다. 

다행히 그 뒤로는 이런 일이 없었던 걸로 보아 

순간적으로 갑자기 긴장하니 그런 증상이 생겼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갑자기 놀라거나 두렵거나 긴장하면 비슷한 증상이 있었는데

이런 걸 미주신경실신이라고 한다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

 

병원에서 주사 맞으러 절대 늦게 오면 안 된다고 했는데

퇴근 바로 전에 일이 생겨 겨우 수습한 뒤 부랴부랴 주사가방만 들고

택시타고 병원가서 주사맞는 일도 있었고...

(차 막히거나 주차하는 데 시간 잡아먹을까봐 직장에 내 차를 둔 채로ㅠㅠ 더군다나 프레메디는 주차가 헬이다.)

 

암튼 그렇게 주사를 며칠간 맞고 중간점검을 하는데 

난포 작은 거 하나가 자라지 않고 그대로라고 했다.

 

난포가 안 자란다니! 이렇게 힘들게 주사를 맞았는데!

매우 난감해하는 의사쌤의 말과 표정에 나는 더 충격을 받았고

그 날 직장에서 점심을 먹는데 갑자기 막 엄마 생각이 나서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갑자기 밥 먹다 울면 이상해지니까 

눈에 그렁그렁 맺힌 눈물을 꾹 참아냈던 기억이 난다 ㅋㅋㅋ

 

날씨 좋은 날 조퇴하고 병원 다녀온 후

난포가 안 자란다는 말에 혼자서 열심히 공원을 걸었던 기억도 난다 ㅋㅋㅋ

 

그 뒤로 두어 번 더 내원했는데도 난포가 안 자란다고 해서 계속 우울했는데

병원을 다녀온 어느 날,

내가 시험관을 하러 병원을 다닌다는 걸 알고 있는 한 직장동료가

본인 아이들 동영상을 나에게 보여주면서 자랑 아닌 자랑을 했다 ㅋㅋㅋㅋㅋㅋ

아니 내가 지금 시험관 중인 걸 알면서 나한테 본인 자식 동영상을 보여준다고??????ㅎㅎㅎ 

 

내가 시험관을 하든 안 하든 주변의 그 누구도

본인 자식 동영상을 일부러 보여주거나 했던 사람은 없었기에 좀 황당하기도 했고

더군다나 내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래서 나도

나는 오늘 병원갔더니 난포가 안 자란다더라,

이번 차수는 취소될지도 모른다더라 라고 말해버렸다 ㅋㅋ 

아이 둘의 엄마이자 셋째도 갖고 싶다던 나와 동갑인 이 여자 동료는

내가 휴직하기 전 함께 근무했던 6개월 간

이 일 말고도

악의는 없으나 뭔가 껄쩍지근하게 만드는 일화들이 몇 차례 더 있었다. 

(나중에 쓸거임....)

 

암튼!!

최종적으로 난포 점검하던 날,

원장은 하나 있던 난포 크기가 그대로라며 더 자랄 것 같지도 않고

더 나중에 채취하면 난포 성숙에 좋지 않으니 이번 차수는 취소하자고 했다. 

 

마음이 털썩 내려앉기도 했지만

원무과에서 결제하며

채취를 안 했으니 보험 회차는 그대로 살아있다는 말에

뭔가 안도감+홀가분한 마음도 드는 웃픈 상황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내 시험관 1차 시도는 '난포 안 자라 중단'으로 마무리 되었다.

원장은 난소기능이 워낙 떨어져있는 사람은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리 2번 하고 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