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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험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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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 때부터 나는 생리양이 너무 많았고,

비정상으로 많은 생리양 때문에 고등학교 때 엄마와 함께 산부인과에 갔던 기억이 난다.

그 당시 특별한 이상은 없다 했었다.

 

20대 초중반 나는 

한 때 만성적인 질염에 시달린 때가 있어 산부인과를 자주 다녔었고

그 때 우연히 난소에 혹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의사는

자연스레 사라지는 혹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으니

한 두달 뒤에 다시 와보라고 했다.

 

몇 달 뒤 나는 다시 병원에 갔고,

혹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이 혹은 자궁내막종이 의심되고 

앞으로 생리를 할 때마다 계속 커지면 커졌지 저절로 사라지진 않을 거라고 했다.

수술을 통해 혹을 제거해야만 하고 

계속 이대로 두면 불임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의사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이 자궁내막종 혹을 그대로 두면 불임이 될지도 모른다고...

 

직장에 다니고 있던터라 서너달 뒤 직장 휴가 날짜에 맞춰

2013년 2월. 

자궁내막종 혹 제거를 위해 양쪽 난소 복강경 수술을 했다.

 

역한 냄새가 나는 가스(?)를 들이마심과 동시에 잠이 들었다.

깨고 나니 배가 너무 아팠고 나는 왜 무통을 빨리 놔주지 않냐고 항의(?)했던 기억이 난다.

 

의사는 자궁내막종이 복강에도 흩뿌려놓은 것처럼 많았고

수술은 아주 잘 되었다고 했다. 

 

많이 걸어야 회복이 잘 된다고 해서

병실 복도에서 음악을 들으며 힘들게 걸어다녔었다. 

퇴원 후 집에서 배에 뚫은 구멍 세 군데에 정기적으로 소독을 했다.

 

의사가

자궁내막증은 생리를 하는 한 재발율이 아주 높으므로

가장 좋은 치료는 생리를 하지 않는 임신이라고 하였지만

나는 그 당시 당장 결혼, 임신 계획이 없었다.

그래서 수술 후 약 1년간 생리를 하지 않도록 혹은 소량만 나오도록

피임약 같은 걸 복용하라고 처방해주었다. 

 

그리고 1년 뒤,

나는 다시 생리다운 생리를 하게 되었는데

생리주기가 매우 빨라져있었다.

수술 전에는 31일 내외의 주기였지만

수술 후에는 25일 내외가 되었다.

 

주기가 짧아지다보니 1년으로 치자면

생리를 더 자주하게 되는 셈이었고 나는 단지 이게 귀찮을 뿐이었다.

한달을 30일이라고 치면 7일 + 다음 생리주기 한 3일 정도를 생리로 보내니

한 달 중 거의 10일을 생리하며 보내네 라는 생각에 짜증이 났다.

 

주기가 짧아지는 게 난소기능저하의 주요 증상인 줄도 모르고ㅠㅠ

 

 

그 어떤 누구도 말해주지 않았다.

자궁내막종이 됐든 난소기형종이 됐든 어찌됐든간에

난소를 건드리는 수술을 하면 난소기능저하가 될 수 있고

난소기능저하가 되면 난포기가 짧아져 생리주기가 점차 짧아진다는 걸...

 

정말 솔직하게 드는 생각은!

우리 나라 산부인과 의사들은 반성 좀 해야된다. 

아니, 산부인과 의사들을 가르치는 사람들이 반성을 해야될라나?

 

내 주변에서 혹은 인터넷 난임카페에서 봤던

난소 수술을 한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은

수술을 하면 난소기능저하가 올 수 있다거나, 

혹은 수술 후에 서둘러 난임병원을 가라거나 하는 안내(?)를 받은 적이 없었다.

나만 해도 단지 '수술을 하지 않으면 불임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수술을 꼭 해야한다'는 안내를 받았고

그러니 당장에 수술을 해버렸을 뿐이다. 

 

자궁내막증이 있지만 아직 수술 전인 기혼 여성은

아마 난임병원을 먼저 방문한다면

거의 백퍼! 시험관을 먼저 하라는 권유를 받을 것이다.

난소 수술을 하면 난소기능이 떨어진다며...

 

수술을 했던 그 당시의 나는 결혼, 임신 계획이 없었기에

당장 시험관을 할 수 있었던 상황은 아니었지만

내 난소기능이 이 지경이 될 줄 알았더라면

시험관으로 이렇게 긴 시간 동안 고통받을 줄 알았더라면

 

적어도 난자 냉동이라도,

(그래 그 당시엔 난자 냉동이 그리 흔한 일도 아니었으니 쉽지 않은 일이었겠지)

적어도 결혼 후엔 피임 따윈 하지 않고 바로 난임병원 문을 두드렸을 것이다.

 

지난 일 돌이켜봐야 뭐 할 수 있는 것도 없지만

그래도 전문의학지식을 가진 의사라는 사람들이

왜 환자에게 이 정도도 미리 언급해주지 않았는지 생각하면 아직도 화가 난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일반 산부인과는 오로지 치료를 목적으로 자궁내막종이라는 혹을 제거하는 것이 우선이고,

난임병원은 오로지 가임 기능 보존을 목적으로 임신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재발율이 높다기에 혹여나 재발할까봐

수술 후에도 걱정하며 지냈던 때가 있었지만

5년이 지나도 시험관 시술을 여러 차례 해도 재발하지 않아

아, 나는 재발같은 건 안 하려나 보네~ 다행이다! 라고 맘을 놓았다.

 

항상 나쁜 일은 맘을 놓으면 찾아오는 것 같다.

작년 유산 후에

2020년 지금 나는 자궁내막종이 재발했다.

 

자궁내막종 수술 후 5년 뒤 시험관을 할 때도

줄곧 내 왼쪽 난소는 제 기능을 못했었는데

자궁내막종이 재발한 지금은 내 오른쪽 난소에 혹이 자리잡았다.

오른쪽 난소마저 일을 잘 안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되지만...

 

내 난소들 우쭈쭈~ 해가면서

될 때까지 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