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5월 시험관 2차를 피검 0.1로 깔끔하게 실패하고!
한 달을 쉰 후 다시 7월 생리 3일째에 내원하였다.
여느 때처럼 초음파를 보고 피검사를 하고
(프레메디 산부인과는 갈 때마다 피검사를 해서 호르몬수치와 초음파를 함께 추적한다.)
이번에도 페마라 2알씩 5일을 복용했다.
이제 벌써 2년 전의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ㅜㅠ
페마라 5일 복용 후 2~3일에 한 번씩 내원하여 호르몬 수치와 난포 크기를 추적 관찰하였는데
이번에는 이상하게 조윤경 원장님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았다.
호르몬 수치가 안 맞는건지 암튼 뭔가 좀 정상적이진 않은 것 같았다.
나도 내 흐릿한 기억에는.... 약간 주황빛(?)의 출혈이 약간 비치기도 했던 것 같다.
프레메디에서는 난자 채취 날짜를 잡을 때
일단 원장님이 난포의 크기를 보고 대충 며칠 정도 되겠다고 예측을 한 후 채혈해놓고,
난포 터뜨리는 주사와 안내 종이(?) 등을 다 챙겨준다.
그리고 나는 집에 오고~ 병원에서 피검 결과가 나오면 전화로 다시 연락을 줘
그 자리에서 난포터뜨리는 주사는 언제 맞을지 안내 종이에 받아적으라고 하고 시간 맞춰 맞으라고 한다.
즉, 난자 채취 바로 이틀 전에 채취 날짜를 잡는 것이다.
어쨌든!
그 때는 뭔가 안 맞았던 것인지 조윤경 원장님이 호르몬 수치 나오는 거 보고 판단해야겠다고 했고
여느 때와 같이 집에 온 뒤 전화가 왔는데
호르몬 수치가 그래도 잘 올라서 이틀 뒤에 채취하자 하신다고
난포 터뜨리는 주사 시각 등을 받아적었다.
(프레메디에서는 난포 터뜨리는 주사로 항상 데카펩틸을 맞았었는데 매우매우 아팠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데카펩틸은 장기요법에서 쓰기도 하고 이렇게 난포 터뜨리는 주사 용도로도 쓰는데,
후자의 경우 난포의 최종 성숙을 도와준다고 한다.
그리고 그나마 덜 아프게 맞는 방법은 냉장고에서 꺼내자마자 바로 맞을 게 아니라
한 10분 정도 미리 꺼내놨다가 찬기를 없앤 후 맞으면 덜 아프다고 한다. 경험상 그런 것 같기는 하다.)
난자 채취 날,
뭐 난포도 잘 자랐고 호르몬 수치도 괜찮으니 채취하자고 했겠지라는 생각에 별 걱정없이 병원을 왔는데
이럴 수가...
프레메디는 난자가 채취된 후 남편 정액 채취를 하는데
나는 분명 채취를 마치고 회복실로 왔는데 남편이 정액 채취를 하러 가지 않았다고 한다.
간호사가 남편에게 오늘은 난자 회수가 안 되서 정액 채취를 안 해도 되겠다고....
난자 회수가 안 됐다는 말은 '공난포'라고 한다....
(공난포가 무얼 의미하는지는 추후 포스팅...)
공난포라서 채취된 난자도 없는데 링거를 꽂은 채로 회복실에 누워있는 게 짜증이 났다.
옆자리에 누운 사람들은 난자가 몇 개 나왔네, 너무 많이 나와서 배가 아프네 등등
그런 얘기가 들리는 것도 짜증났다.
(프레메디는 회복실에서 시끄럽게 떠드는 사람들이 유독 많았던 것도 짜증...
채취한 사람들끼리 잡담을 나누거나 아니면 누군가와 쉴새없이 통화를 하거나...
심지어 그 통화 중에 기억에 남는 건 울먹이는 목소리로
"언니, 나는 아이를 갖고 싶은 이유가... 어쩌고 저쩌고... 나도 갖고 싶은데 그게 마음대로 안 되는 걸.... 언니는 이해 못해.. " 등등 죙일 우울한 소리만 해댔다는...
그래서 언제부턴가 이어폰을 챙겨와서 노래 들으면서 내 귀를 틀어막아버렸다. )
아무튼 첫 공난포였기에 너무 충격이 컸다.
프레메디는 채취하고 회복 후 출혈이 있는지 확인을 위해 초음파를 한 번 더 보고 가는데
보통은 최은선 원장님이 초음파를 봐줬었는데
이 날은 내가 공난포가 나와서 그런지 조윤경 원장님이 직접 초음파를 봐주셨고 대화도 나눌 수 있었다.
가물가물한 기억을 떠올려보자면...
2개가 있었는데 회수가 안 되서 공난포라고 했다.
나는 너무 큰 충격과...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불안감에
그럼 자궁경이라도 해보면 안 되겠냐고 물어보았고, 그건 소용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앞으로 이렇게 공난포가 반복되면 난자 공여를 권유하게 된다고 말했다.
헉 난자공여라니!!
솔직히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 시점에 '난자 공여'라는 말을 굳이 왜 언급한건지 이해가 안 된다.
지난 차수에 분절도 없는 상급 배아였고, 수정실패나 분열 실패도 없었으며,
공난포도 이제 겨우 처음인데 말이다.
내가 아주 애정하는 불다방 카페에는 열 몇 차례의 공난포 퍼레이드 끝에도 난자 채취해서 출산까지 한 케이스도 있고...
난자는 정말 그달그달 다른 랜덤이라서 갑자기 좋은 난자를 만날 수 있다고도 하는데...
(이 때는 불다방 가입 전이라서 아무것도 모를 때이긴 했다.)
물론 의사들이야 마냥 낙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없고 항상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이야기한다는 것도 알지만
그래도 이제 처음으로 나온 공난포에 난자 공여를 언급하다니 이건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어떤 의사들은 amh나 fsh 수치만 보고도 난자 공여하라고도 한다는데 그건 정말 ㅡㅡ 아닌 것 같고,
환자 입장에서도 그런 말을 잘 한다는 의사를 만나러 갈 땐 애초에 나는 난자공여 생각없다고 미리 못 박고 상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나의 시험관 3차는 공난포로 마무리 되어
건강보험 차수가 차감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다행이었지만
수납할 때 70만원 가까이 결제한 영수증을 보고 씁쓸했다. (그 때만 해도 공난포 본인부담률 80%....)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채취도 못했는데 결제금액도 이렇게 많다니!
이 놈의 정책은 잘못돼도 한참은 잘못 됐다. (나랏놈들은 다 애들 잘 낳나.....)
3번의 시험관 동안 난포 안 자라 중단, 이식까지 한 번, 공난포...
이 전적을 보니 아.. 내가 진짜 심각한 상태구나 라는 현타가 왔고
그로부터 이틀 뒤!
나는 바로 직장에 휴직계를 냈다.
직장이고 뭐고 지금 내가 아이 갖는 게 1순위지 다른 게 급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지금껏
나는 다시는 공난포를 겪은 적이 없다.
이 때가 내 처음이자 마지막 공난포였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부들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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